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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먹는 소가 있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바로 아프리카 가나의 이야기입니다. 가나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중고 의류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로, 미국 NGO 단체인 OR Foundation에 따르면 매주 약 1,500만 벌의 중고 의류가 가나로 수입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입된 중고 의류의 약 40%는 재판매되거나 재사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폐기됩니다. 결국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어야 할 소들이 버려진 헌 옷을 여물처럼 먹고 있으며, 본래 식수로 사용되던 가나의 오다우강은 폐섬유로 인해 오염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기후 위기에 맞서 착한 옷으로 갈아입는 패션 업계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의류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옷을 구매하지만, 그만큼 쉽게 버리고 있습니다. ‘폐의류 처리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일 년에 약 1억 톤의 의류가 생산되며 그중 약 15%만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중 75%는 소각되거나 매립 처리돼 대기·토양 환경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효성티앤씨 리사이클 섬유로 만든 티셔츠
패션 업계에서도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류 폐기물에서 필요한 원료를 추출하여 새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리사이클링)하거나 현수막, 안전띠 등 기존 제품을 활용하여 가방과 지갑 등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방식이 그 예입니다. 또한, 폐어망, 폐플라스틱 등에서 의류용 원사를 추출해 원단을 제조하는 등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중 폐원단에서 의류 원사를 뽑아내어 새로운 직물이나 의류 제품을 만드는 가먼트 리사이클이 최근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염료 제거, 봉제선 및 라벨 분리와 같은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될 수밖에 없었던 폐기 의류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글로벌 의류 브랜드 중심으로 가먼트 리사이클을 활용한 의류 생산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H&M은 2013년에 ‘가먼트 콜렉팅’ 이니셔티브를 론칭해, 입지 않는 의류나 가정에서 쓰이는 천 소재 제품을 H&M 매장에서 수거하여 재활용 및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헌 옷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기술을 활용한 가먼트-투-가먼트 리사이클링 시스템인 '루프(Looop)'를 스웨덴에서 선보였습니다. 루프 기계에 투입된 의류는 세척 후 잘게 분해되어 새로운 원사로 만들어지며, 이 원사는 다시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사용됩니다.
자라의 ‘리뉴셀×자라 캡슐 컬렉션’은 중고 청바지와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 등 폐섬유에서 추출한 원사를 활용해 비스코스 원단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버려진 섬유를 재활용해 탄소 저감 및 섬유 폐기물을 줄이고 원단 제작에 필요한 목재 펄프 소비를 감소시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효성의 실천, 의류 폐기물 제로를 꿈꾸는 가먼트 리사이클
이처럼 가먼트 리사이클은 그동안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던 폐기 의류의 획기적인 감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효성티앤씨도 자원 순환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먼트 리사이클을 연구해 왔는데요. 그 결실로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해당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효성이 선보인 지속가능한 섬유 기술 ‘Textile to Textile(섬유 재활용)’은 의류 제조 과정에서 생긴 섬유 폐기물을 회수해 원사로 재탄생시키는 섬유 기술입니다.
▲ 물리적 자원재생 순환 시스템
‘Textile to Textile’은 물리적인 방법과 화학적인 방법으로 폐원단을 재활용하여 원사를 제조합니다. 물리적 자원재생 방식은 100% PET, NYLON 폐원단 및 의류를 수거해 분쇄한 후 다시 용융시켜 재생하는 방식으로 다른 리사이클 방식 대비 화학적, 열적 처리를 최소화하므로 공정상의 탄소 저감 기능이 우수한 게 장점입니다. 하지만 다시 용융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입니다.
▲ 화학적 자원재생 순환 시스템
화학적 자원재생 방식은 폐혼방 원단과 의류를 분리 및 선별한 후, 고분자 단위로 전처리하고 소재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후 원료를 재생하는 과정을 통해 고품질 재활용 원사가 추출됩니다. 원소재와 동등한 수준의 원사를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인데요.
즉 재활용 전 제품과 동등한 수준까지 리사이클 된 제품의 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순환형 경제사회에 최적화된 방법이지만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상대적으로 고비용에 개발 난이도도 높아 상용화되기 어려운 기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물리적 재생과의 차이를 줄이고 점차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효성은 나일론 폐어망 해중합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화학적 자원재생 방식의 나일론 가먼트 리사이클이 가능하였습니다. 여기서 해중합(Depolymerization)이란 플라스틱의 중합을 화학물질이나 열을 가해 역행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즉, 화학 분해를 통해 플라스틱을 원료 단계로 되돌린다는 것인데요. 용해 과정에서 정제가 가능해 첨가제, 색상, 오염물질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이 기술력을 응용하면 재활용이 어려워 버려지던 폐원단 또한 새로운 원사로 재탄생이 가능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와 의기투합
▲ 효성티앤씨와 함께한 플리츠마마 새들백
효성은 ‘Textile to Textile’ 기술을 활용해 여러 의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함께한 리와인드(Rewind) 프로젝트는, 폐원단을 되감아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효성티앤씨는 폴리에스터 100% 폐원단을 열을 가해 실로 뽑아낸 후 칩 형태로 변형시키고, 그 칩을 방사해 만든 원사로 ‘새들백’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새들백은 폐원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자원 순환의 가치를 실현한 사례입니다.
▲ 2025 S/S 서울패션위크 쇼룸에 전시 중인 몽세누 제품
패션 스타트업 몽세누(MONTSENU)와는 2023년부터 효성티앤씨와의 여러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몽세누는 버려지는 옷이나 호텔 침구류 등을 물리적인 자원재생 방식을 통해 원사로 만든 후, 이를 원단으로 재직하여 제품을 생산합니다.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서는 가먼트 리사이클 기술이 적용된 후드티, 스웻셔츠, 티셔츠, 팬츠 등의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자원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가능하게 만든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효성이 꿈꾸는 다음 스텝, 패션 제로 웨이스트
효성티앤씨는 화학 섬유 소재 생산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일찍이 지속가능한 섬유 소재 개발에도 주력해 왔습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젠 오션 나일론(regen Ocean Nylon)을 시작으로, 폐원사·폐칩을 재활용한 리젠 나일론(regen Nylon), 투명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리젠 폴리에스터(regen Polyester)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리젠 스판덱스(regen Spandex)와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을 기반으로 만든 리젠 바이오 스판덱스(regen BIO Spandex)를 개발하며, 효성이 미래를 위한 패션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서도 패션의 순환 구조와 자원재생 시스템을 향한 효성의 포부를 전달하였습니다. 의류 폐기물 발생이 ‘제로’가 되는 그날까지, 효성은 섬유 제조부터 폐기, 그리고 다시 원사로 재생되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리사이클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패션 산업의 미래를 위해 효성은 앞으로도 혁신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