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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멕시코에도 효성을 알려라-

    한국인들에게 멕시코는 어떤 나라일까?

    서부영화에서 늘 부패와 무법천지의 나라로 묘사되던 미국의 이웃, 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도둑들의 마지막 도피처로 그려지곤 하는 열대 야자수와 미녀들의 나라일까? 선인장으로 만든 독특한 술 데낄라의 나라, 19세기 말에 유입된 독일 맥주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멕시코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맥주 코로나의 나라일까? 아니면,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수비수를 조롱하던 블랑코라는 악동의 나라일까?

    다양한 얼굴의 멕시코

    한국인들이 멕시코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듯이 멕시칸들도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삼성을 일본 회사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한국과 일본이 같은 언어를 쓸 것이라는 정도의 상상력은 애교로 봐줘야 한다. 때론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라가 일본인지 한국인지도 분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새로운 경제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1997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의 많은 한국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축구의 대륙인 라틴아메리카에 한국을 대중적으로 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사람들 간의 교류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멕시코를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도 갈수록 늘고 있으며 한국을 가보았다는 멕시칸들과 조우하는 것도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짧은 여행으로 한국인들이 멕시코를 알 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만큼 멕시코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복잡한 나라다.
    지리적으로 볼 때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중남미”라는 용어로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까지를 아우르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중미는 과테말라에서부터 파나마까지, 남미는 콜롬비아에서부터 아르헨티나까지를 뜻한다. 물론 멕시코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보면 미국보단 과테말라와 더 가깝다. 그래서 미국, 캐나다를 앵글로 아메리카라고 부르는 반면, 멕시코에서부터 아르헨티나까지를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이베리아 반도(포르투갈, 스페인)의 제국들의 지배를 받은 역사적, 문화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은 보통 멕시코가 기후적으로 아열대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아주 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멕시코시티가 자리잡은 멕시코의 중심부는 해발 2300미터에 이르는 고원지대이다. 낮엔 뜨겁고 건조한 태양이 내리쬐지만 밤엔 온도가 내려간다. 특히 6월부터 9월까지 비가 내리는 철이 되면 멕시코시티의 밤 공기는 한국의 가을밤처럼 쌀쌀하다. 겨울에 눈이 오지는 않지만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더위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 난방장치는 아예 고안조차 하지 않은 집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겨울을 보낸다.
    멕시코는 목욕탕 같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나른한 온탕처럼 멕시칸들과 어울려 스스럼없이 놀다가도 금세 서늘한 냉 탕과도 같은 범죄소식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축제의 나라

    멕시코 문화평론가는 “멕시코인이 누리는 유일한 사치는 축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그만 마을의 결혼잔치에서부터 세계적인 규모의 공연예술축제까지 멕시코에선 다양한 축제가 쉬지 않고 열린다. 죽은 이들이 이승의 살아 있는 사람들을 방문한다는 “죽은 이의 날”이라는 전통명절에서부터 주말마다 벗들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함께 하고 춤을 추며 즐기는 것까지 멕시칸들은 늘 다채로운 잔치와 축제를 즐긴다.
    “사교적인 금요일, 애인과 만나는 토요일, 가족과 보내는 일요일”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밤에 멕시코시티의 주말이 시작된다. 그날 밤엔 멕시코시티 곳곳의 가정집에선 지인들을 불러 모아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시내 중심가의 디스코텍이나 살사 바에는 청춘 남녀에서부터 장년층의 신사숙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그 금요일이 매월 15일과 30일에 가까울 경우에는 멕시코시티의 자정은 불야성을 이룬다. 멕시코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국과 달리 15일에 한번씩 임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평일이 되면 저녁 10시만 넘어도 거리는 한산해지고 길거리를 걷는 행인조차 마주치기 힘들 정도가 된다.
    멕시칸들은 주말에 벗들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행인 혹은 택시 승객을 납치해 은행 자동지급기를 전전하면서 예금을 인출한 뒤 풀어주고 재빨리 달아나는 이른바 급행납치범들이 거리를 횡행한다. 얼마 전에 한 세계적인 보 안기업은, 50년간의 내전으로 인해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게릴라들이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납치범죄가 만연한 콜롬비아를 멕시코가 앞질렀다고 발표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15%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정도로 경찰들의 부패 또한 심각하다.
    국제 투명성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경찰, 검찰, 사법부가 세계 부패 2위라고 발표했다. 멕시코 시민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면 원래 일등인데 뇌물 먹여 2등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이 같은 멕시코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겪으며 효성이 멕시코시티에서 분투하고 있다. 해발 2300미터의 멕시코시티는 평지 대비 산소 양이 70~80%에 불과하다고 하는데도, 그런 회사의 공장들은 환기시설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호흡이 곤란한 경우도 아주 많다.

    효성멕시코를 소개합니다

    1994년 멕시코가 북미무역협정(NAFTA)에 가입하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회원국이 되면서 세계적인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기 훨씬 전인 1980년에 이미 멕시코의 가능성을 점치고 멕시코에 진출했다. 세계적인 산유국이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국가이자 1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을 자랑하는 멕시코의 가능성을 간파한 것이다.
    그간 효성멕시코는 철강, 화학, 원사 분야의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한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제 무역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영업을 본격화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멕시코는 4명으로 아주 단출하다. 하지만 포 부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 않다. 권구행 지사장이 철강영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원사 영업의 최전선에는 내가 있다.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하는 비서 이본느와 묵묵히 맡은 일을 처리해 가는 실베스뜨레가 한국인 간부들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약속에 늦는 것은 다반사고 아예 비 내리는 날에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기도 하는 멕시칸들. 심지어 대통령이 국제회의에 지각하고 신부가 장례미사에 늦게 도착하는 나라. 이들의 시간관념은 왕년의 코리안 타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 같은 시간 관념은 멕시코 기업인들의 영업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급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 괴롭히면서도 자신들이 급하지 않을 때는 차일피일 결정을 뒤로 미루기만 한다. 오더 컨펌하고 선적하라고 난리를 치던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더 컨펌하고도 계약서에 사인 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 같은 영업 스타일로 인해 현지 주재원들은 피로감에 시달린다. 특히 실적을 내야 하는 월말이 되면 주재원들의 스트레스는 천정부지로 솟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거래가 외상거래이다 보니 수금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보험을 들어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불충분해서 늘 세심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외상거래를 하면서도 만기일에 정확히 입금하지도 않고 자기들 맘대로 만기일을 만들어서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 그 같은 일은 아주 영세한 원사 거래선의 경우 자주 발생한다.

    효성 멕시코는 L/C 혹은 T/T 거래를 유도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회사를 제외하곤 마치 관행처럼 자리잡은 외상거래를 거부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늘 L/C, T/T 거래를 선호하는 한국식 상거래 관행과 외상거래가 보편화되어 있는 멕시코 문화가 충돌하는 것이다.
    멕시코와 한국의 서로 다른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분명히 파악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영업관행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효성이 멕시코에서 뛰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뛰고 있는 많은 효성가족들에게 인사를 보내며 아낌없는 관심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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