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중국 어학연수 체험기] 니하오? 따지아!

    - 캠퍼스 생활은 신선한 감동


    우리 회사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자 매년 수 명의 직원을 현지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대학 어학연수 제도’ 를 시행하고 있다. 나는 첫 번째 기수로 중국 현지 대학교에서의 어학연수 기회를 부여 받아 현지 체험을 통한 중국어 학습과 중국 사회 및 문화에 대한 이해도 증진을 꾀하는 소중한 계기의 장을 가질 수 있었다. 북경에서 지낸 4개월 여간(2/20 ~ 7/7, 북경어언대학)의 현지 체험을 통해 값진 교훈 및 경험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보다 한 단계 향상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중국으로 떠나는 날, 기내 창가를 통해 내려다보이는 낯선 이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캠퍼스를 떠난 지 1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금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마치 첫 미팅에 나갈 때의 아니, 신혼 첫날밤을 맞이하던 그런 설렘이었다. 어언대학은 학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중국 국가에서 지정한 중국어 교육의 중심기관이며 커리큘럼과 교수진이 타 학교에 비해 상당히 우수한 곳이다. 북경대나 청화대를 비롯한 전 학교가 어언대의 학습제도를 따른다고 하며 한어수평고사(HSK) 주관 대학이기도 하다. 우리 반은 총 17명으로 나를 제외하고는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로 대학을 휴학하거나 막 졸업한 친구들이었다. 필리핀인 1명, 인도네시아인 4명, 일본인 2명, 태국인 1명, 나머지는 한국인으로 어언대학의 어학연수자 절반인 50%가 한국인이었다. 중국어는 학기 초기에 참으로 힘들었다. 강의를 하시는 라오스 교수의 설명은 절반 이상을 알아듣지 못했다. 국내에서 3개월간의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중국어 실력에 대한 신뢰는 첫 날부터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개인교사 구해 매 강의내용을 녹음하여 일일이 무슨 말인지 묻고 예습에 매달렸다. 1개월이 지나자 강의는 거의 이해가 되고 어려운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처음엔 힘들던 공부도 차츰 익숙해져 갔고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캠퍼스의 생활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외국 학생들과의 교류와 중국인 교수들의 열성적인 지도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사고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얻어나갔다. 70대를 바라보는 지도교수와 50대 할머니 교수, 20대 젊은 여자교수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바는 겸손함이었다. 대국인의 기질이란 이런 것인가? 결코 거만하지도 않고 자부심을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았다. 조급하지 않으나 적기를 놓치지도 않았다. 일부 종업원이나 상인들에게서는 우리가 듣던 중국인의 모습도 간간이 보았으나 결코 그 모습이 전 중국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었다. 외국인에 대한 견제나 멸시도 결코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자금성이나 국립박물관 어디에서도 과거 그들의 국력이 쇠퇴하여 외세의 깃발 아래 짓밟혔던 기억은 결코 잊지 않도록 후세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날의 중국이 대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와 같은 중국인의 강한 자부심과 꺾이지 않는 자주정신도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북경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대중교통이 두려워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어 수준이 낮아 택시 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목적지를 말할 때 성조에 맞추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으며, 그래도 못 알아들을 경우 목적지를 적어 둔 수첩을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곤 했다. 세 달 이상 지나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조금씩 자신이 붙기 시작했으며, 택시기사와 간단한 이야기도 나눌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좋지 않은 자만심이 생기게 되었다. 주위의 중국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성조에 맞춰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 택시에 타고 목적지를 말할 때 대충대충 발음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도 대부분 목적지를 알아들었다.
    어느 날, 멘토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 “왕징으로 가주세요.”라고 기사에게 말했는데, 갑자기 기사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왕푸징 아닌가? 왕징이란 곳은 잘 모르겠는데.” 그 순간 나는 몹시 당황했다. 떠듬떠듬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당황한 터라 발음과 성조는 엉망이 되었고 기사는 계속 못 알아듣겠다며 질문을 했다. 갑자기 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운 순간 다행히도 한자를 적어 보여주었고, 그제야 기사는 “아, 왕징. 하오” 하고는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가끔씩 기사가 내 얼굴을 보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한참을 반성하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기본을 무시한 조그마한 자만심이 오늘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구나! 겸손은 사람을 진보하게 하고, 오만은 사람을 뒤처지게 하니 앞으로 이 일을 잊지 말도록 하자!’ 짧은 시기에 경험한 이 사건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얻기 위해 중국 생활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해 주었다.

    4개월이라는 시간은 돌이켜 보면 아쉬움도 큰 반면 소중한 추억을 가지게 된 시간이기도하다. 난 이번 연수를 통해 이렇게 스스로에게 되새기곤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자. 열린 마음으로 중국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여 진보하자.”

    # 현지 전문가 양성과정이란?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중국지역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중국현지대학에 파견하여 Off-job형태로 중국어 학습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방법이다. 북경과 상해에 소재한 유수대학에 1학기(20주 단기 속성반)동안 파견하는 제도로 선별된 직원 본인이 희망하는 학교를 선정하게 된다. 파견 전에는 중국어학습, 독서교육, 현지적응과정, 오리엔테이션의 사전교육이 실시된다. 중국 현지에서는 대학강좌, 1:1 멘토링실시(생소한 현지생활정보를 가이드하기위해 지점 등 사업장과 연계), 1일 연수일지 작성, 현지 이문화 체험, 개별과제 수행, 월별 연수현황 보고를 한다. 귀국 후에는 중국어 능력테스트 실시(HSK 5등급 이상, 중국주재 유경험자는 7등급 이상 획득), 중국사업장 파견에 대비한 직무역량 교육을 실시하도록 운영방안이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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